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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Diary2008/03/23 01:09
지하철 가판대에서 신문 사다가, 생전 처음 보는 아저씨로부터 들은 말이다.

비아냥대는 말투와 부리부리한 눈매로 나를 쳐다보며 말씀하시는데, 순간 소름이 끼쳤다. 그저 이 현장을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만 머리속을 맴돌았고, 마침 지하철이 도착해서 황급히 탔다. 정확히 말하자면, 도망 간 것이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놀란 가슴을 가라앉혔다.
가슴은 둥둥둥 두방망이질, 머리속은 갑자기 폭발하는 "왜?"라는 질문들로 가득찼다.
조선일보 사 읽은게 그렇게 잘못인가?
생전 처음 보는 사람, 그리고 앞으로도 만날 확률이 거의 희박한 사람에게 질책할 정도로?
친구 만나러 나가는 터라 옷도 단정하게 갖춰입고 화장하고 머리도 손질한 상태였기 때문에 조선일보 집어든게 문제가 된걸까?
츄리닝 입고 야구모자 눌러쓰고 슬리퍼 찍찍 끌면서 조선일보를 샀어도 그런 말을 들었을까?
답을 알더라도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순간 섬찟함을 느꼈던 적의의 이유를 확인하고 싶었다. 결국 답은 얻지 못했다.

나는 우파도 아니고 좌파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좌파에 가깝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하고, 한미 FTA가 가져올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다고 생각하며, 비정규직 파견직 등 일방적인 고용 유연화 정책에도 부정적이며, 공무원 노조와 전교조도 인정하며, 한국군은 이라크에서 하루빨리 철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읽어왔던 시사지 별 부수를 세어보아도 오히려 조선일보는 군소 그룹에 속한다.
고등학교때 까지는 매일 집에 배달되어오는 중앙일보를 선택의 여지 없이 읽었지만, 대학시절에는 내내 매일경제신문을 읽었다. 굵직굵직한 정치적 이슈가 발생하면 한겨레 신문을 사 보았다. 요즘들어 금/토요일는 주로 조선일보를 읽는다. 인터뷰, 서평, 문화 관련 기사들이 주말의 조선일보에 꽤 상세히 다루어 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토요일이었고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조선일보를 집어들었는데 이런 봉변(?)을 당할줄이야.

성숙한 인간이란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집단만 맹종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생각을 가진 집단도 존중하고  포용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통상적인 도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졌다는 (자신과 다른 집단에 속한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 만으로 생전 처음 보는 타인을 질책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행동은 아닌 듯 싶다. 오늘 느낀 충격이 너무 크다. 앞으로는 신문도 조심조심 사야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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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isun